
'친애하는 진’
(내게 쓴 편지였다.)
아버지에게는 보여드리기 힘들 거 같아 당신에게 써요.
저는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 같아요.
아버지가 제 편지를 계속 기다릴 거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
전 하루 하루 극심한 고통과 싸우고 있어요.
이렇게 잠시 나마 고통이 멈추면, 편지를 쓰기 위해 침대 위에서 글들을 나열해요.
그러가도 힘이 이유 없이 쭉 빠지면, 눈을 감아버리게 되죠.
진! 이제부터 힘든 얘기를 꺼내려 해요.
난 하루에도 셀 수 없는 고통과 함께 해요.
고통이 잠시 멈추면 놓칠까 휴대폰에 담겨 있는 드뷔시의 달빛을 켜놓죠.
이 음악이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음악인 줄 몰랐어요.
아버지가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느껴져요.
달빛에 비친 고단한 슬픔에서 아내를 찾고 싶었던 거 같아요.
슬프지만 유일하게 하얗게 밝혀 줄 달이니까요.
진! 난 이제 리스트의 위안이란 음악이 위로가 되지 않아요.
같이 있는 것 만으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던 내 남편도 없고,
위로를 전해 주고 싶었던 아버지에게도, 내 힘을 다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진! 난 다음달에 떠나려 해요. 너무 고통스럽거든요. 내 자신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몇 년 동안 행복한 시간을 안겨 준, 아버지, 진, 고마웠어요.
난 이제 편안해지려 해요.
Bonne Chance(행운을빌어요)
Madelein,Paris,France.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