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연합뉴스) "처음부터 같은 색으로 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요."
24일 오전 광주 북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을 맞이하는 공무원들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으려 대기하는 시민들 뒤로 일부 공무원은 여전히 카드 색상 교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배부된 빨간색 스티커의 접착면을 연두색·남색 카드에 붙인 뒤 네임펜으로 카드번호를 하나하나 적고 나서야 교체가 마무리됐다.
스티커를 붙일 때마다 카드 밖으로 삐져나오거나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중하게 해야 했던 터라 작업을 빠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에서는 23일 오후 9시께 스티커가 도착한 뒤부터 자정 가까이 10여명의 직원이 카드 300여장에 스티커를 부착했고 이날 이른 아침 다시 출근해 남은 작업을 마무리했다.
수해 복구에 밤샘 업무까지 겹치며 일선 현장은 극심한 과로 상태에 놓였다.
한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전날 오전에는 수해 복구 현장 지원을 다녀오고 밤에는 스티커 작업을 한 뒤 다시 아침 일찍 출근했다"며 "주민들과 직접 마주하는 부서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전 9시가 되기도 전에 소비쿠폰 대기열이 꽉 차자 직원들은 곧바로 카드 지급을 시작했다.
전날과 달리 카드 색상이 모두 빨간색으로 변한 것을 본 시민들 사이에선 "진작 이렇게 해야 했다"며 광주시의 안일한 행정 마인드와 태도를 질타했다.
이날 소비쿠폰을 받은 박모(71) 씨는 "뉴스에서 카드 색깔이 다르다고 대통령이 지적했다는 내용을 봤다"며 "어려운 사람들은 카드를 쓸 때마다 위축됐을 텐데 왜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령자 김모(56) 씨도 "애초에 똑같은 색으로 했다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라며 "결국 광주시도 일을 두 번 하게 되면서 손해를 본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광주시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현물 카드 18만원(상위 10%+일반인)권은 빨간색, 33만원(차상위+한부모가족)권은 연두색, 43만원(기초생활수급자)권은 남색으로 제작해 지급했다.
구분된 색깔로 인해 수령자의 소득 수준이 쉽게 노출되면서 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광주시는 뒤늦게 색상 통일 조치에 나섰고 전날 오후 6시께 행정복지센터에 빨간색 스티커를 배부하며 밤새워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이미 수해 복구와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던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재희 광주시 경제창업국장은 "공직자들에게 큰 부담을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스스로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