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연합뉴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서 구하려다가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가 바다에서 실종된 후 실질적인 구조 장비가 투입되기까지 40분 가까이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실이 확보한 해경 상황보고서와 무전 녹취록을 보면 지난 11일 오전 3시 9분께 민간 드론 순찰업체는 "(이 경사가) 육지로 이동 중 물이 많이 찼다"며 영흥파출소에 추가 인원 투입을 권고했다.
파출소 측은 즉시 근무자 4명을 현장에 투입해 6분 만에 수색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오전 3시 27분께 드론 순찰업체가 "이 경사의 위치를 놓쳤다"고 전달한 시점부터 촌각을 다투는 긴급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수색 작업에 투입된 한 직원은 밀물이 빠르게 차오르는 상황을 토대로 "동력 서프보드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무동력 가지고 막 할 게 아닌 거 같다"는 무전을 남겼다.
동력 서프보드는 후미의 제트펌프를 토대로 최대 시속 30km까지 이동할 수 있는 자체 동력 장비로 조이스틱 형태의 컨트롤러로 쉽게 조종할 수 있고 수심이 얕은 곳에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이 경사가 실종된 급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기동성 좋은 동력 서프보드를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판단이었다. 하지만 정작 장비 투입 과정에서 40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전 녹취록에는 구조 장비를 준비해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정황이 담겼다.
당시 무전으로 장비 지원을 요청받은 한 직원은 오전 3시 32분께 "이제 이동할 건데 지금 (해상 순찰차) 예비키를 잘 못 찾겠다"며 난색을 드러냈다.
구조·구급 장비가 보관된 순찰차는 이 경사가 출동할 때 사용했는데 문이 잠긴 상태여서 예비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해양경찰청은 당초 "동력 서프보드 예비키를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가 "순찰차 예비키를 지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뒤늦게 정정했다.
무전 과정에서 "동력 서프보드 바람을 빼서 차량 뒷좌석에 실어야 한다"거나 "오리발 챙겨서 개인 차량으로 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등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동력 서프보드 공기 주입과 운반, 순찰차 내 구조·구급 장비 확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관련 장비를 즉시 투입하기에 미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파출소 측이 실질적인 구조 장비인 동력 서프보드를 투입해 수색을 실시한 시각은 오전 4시 5분으로, 드론 순찰 업체가 이 경사의 위치를 놓쳤다고 알린 시점보다 38분가량이 흐른 뒤였다.
이 경사 순직 사고와 관련해 해경 측이 다수의 관련 규정을 어긴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신속한 현장 대응에도 미진한 부분이 나타난 셈이다.
앞서 영흥파출소는 2인 출동이라는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는 규정보다 많은 휴게시간을 같은 시간대에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사는 이들의 휴게시간인 당일 오전 2시 7분께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순찰 업체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혼자서 출동했다가 구조 과정에서 실종됐고 결국 숨졌다.
영흥파출소는 사고 당일 이 경사가 현장에 출동한 지 80여분 만인 오전 3시 30분에야 상급 기관으로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해경 관계자는 "무전 녹취록 등을 토대로 장비 관리 실태와 현장 대응 상황이 적절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희용 의원은 "초동 대처 미흡과 늑장 대응의 원인이 무엇인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