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미국 법무부가 정적에 대한 기소를 서두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보도채널 MSNBC 방송은 미국 법무부가 연방검찰에 지시를 내려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로 여겨온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대한 위증 혐의 기소를 준비토록 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미 전 국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인 2013년 9월 FBI 국장으로 취임했으나 10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트럼프 1기 초기인 2017년 5월 해임됐다.
그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전에 트럼프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던 도중에 해임됐으며,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코미 전 FBI국장에 대해 버지니아동부 연방지방검찰청 검사들이 주장하려는 위증 혐의는 그가 2020년 9월 30일 연방상원 법사위원회 증언에서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수사 당시 FBI의 실책에 관해 증언하면서 위증했다는 것이다.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게이트' 의혹에 대한 수사에 붙은 이름이었다.
이 수사는 러시아와 2016년 트럼프 선거운동본부가 공모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들여다봤으나 이런 의혹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검사들은 코미 전 국장이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테드 크루즈(텍사스)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명으로부터 받은 질문에 대해 각각 "모르는 일이다", "2017년 의회 증언에서 답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한 데에 대해 위증죄 적용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위증 혐의 사건의 공소시효는 5년이므로, 공소시효 만료 전에 기소가 이뤄져야 하는 시한은 올해 9월 30일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후속 보도에서 기소 준비 상황이 24일 저녁 기준으로 "기획 단계"이며 연방대배심에 대한 사건 제시는 이르면 25일 버지니아주의 주도(州都)인 리치먼드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사법제도상 연방범죄의 기소 여부 결정권을 지닌 연방대배심은 배심원 16∼23명으로 구성되며, 배심원 중 12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기소가 이뤄진다.
이 사건이 버지니아동부 연방지방검찰청에서 수사된 이유는 코미가 2020년 9월 증언을 버지니아주 맥린에 있는 자택에서 원격으로 했기 때문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정치적으로 맞서 온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해 형사사법체계를 이용하라고 며칠 전부터 법무부와 검찰에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해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취임 직후부터 버지니아동부 연방지검 임시 검사장으로 일해온 에릭 시버트는 코미가 '실체적으로 중요한 허위 진술'(materially false statement)을 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불기소 처분이 옳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그를 쫓아낸 후 월요일인 22일 백악관 특별보좌관 린지 핼리건을 임시 검사장으로 임명했으며, 핼리건은 취임 당일에 불기소 처분 방침을 뒤집고 검사들에게 기소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핼리건은 검사 경력이 전무한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 전에는 그의 개인 사건들을 변호했고 트럼프 2기 출범과 동시에 백악관 특별보좌관 겸 문서담당비서관실 선임행정관(senior associate staff secretary)으로 임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팸 본디 연방법무장관에게 코미와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연방상원의원 등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반대해 온 인사 3명을 "당장" 기소하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