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로 돌아 온, 일주일 후 아버지의 병환이 더 깊어졌다.
우리는 엄마 때와는 달리 침착 하려고 애썼다.
이건 잠시 헤어짐이야. 영원한 것이 아니야.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 시키고, 그 후 울고 웃고 사랑하며 아버지를 엄마에게 보냈다.
서울에 돌아 온 지 3주만의 일이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내 눈에 띈 건 피아노였다.
그제서야 현실을 직시하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현관에 늘어져 있는 아버지의 신발들 위로. 그 후, 무려한 하루들을 보냈다.
제 정신이 든 건, 아버지가 가신지 일주일만이었다. 주말이었다.
난 늦잠을 자처하고 침대에서 한발 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간신히 뜨고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찾았다. 주머니 속에서 잡힌 휴대폰을 열었다.
무수한 통화 기록과 문자들이 와 있었다.
그 순간, 내 눈에 유독 거슬렸던 건 소셜미디어에 알림이 뜬 디엠이었다.
마티유였다.
열어보기가 두려웠다. 천천히 엄지 손가락으로 밀었다.
마들렌이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근데, 날짜가..,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순간, 그동안 쌓여 있던 감정들이 기다렸다는 듯 터지며
내 몸을 몸서리치도록 감싸고 있었다.
마들렌과 아버지가 가신 지, 한 달이 지났다.
난 그 사이, 책 출간 준비에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일에 매여 살았다.
우선 한정 이벤트로 소량만 출간하기로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소개되는 날도 다가오고 있었다.
마티유에게도 전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기뻐했고 내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조만간 한국에도 오겠다고 했다.
설레는 마음을 뒤로 한 채, 하루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어느날, 아버지 집으로 국제등기우편이 왔다고,우체부에게서 연락이 왔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황급히 아버지 집으로 달려 갔다.
싸인을 하고 편지를 받고 아버지 집으로 들어갔다.
또다시 낡은 피아노가 눈에 들어 왔다.
홀로 거실에서 세월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 낡아진 피아노와 또다시 마주했다.
용기를 내고 싶었다. 추억의 부산물들을 이기고 싶다. 깊은 감정은 내가 살 수 없으니,
손에 든 편지를 피아노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피아노와 떨어져 있는 소파에 앉았다.
용기를 내야 해..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찰나의 순간들이 이 방을 뒤덮기 시작했다.
추억의 환상들을 꺼집어 내고 있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나를 낳는 엄마의 모습,
나를 사랑해주는 모든 순간들, 내 곁에서 사라져 간 엄마와 아버지의 그 날.
그리고 지금.. 10년의 일들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서 겪어야 하는 모든 것들 중 가장 큰 고통의 순간에 또다시 서 있다.
그리곤, 다시 용기를 내어 천천히 일어나 어버지의 피아노 앞에 섰다.
아버지의 숨결, 엄마와의 추억, 그리고 죽음..
그리고, 마들렌이라고 쓰여 있는 편지 봉투를 개봉하고 편지를 천천히 열었다.
‘사랑하는 지훈씨, 당신’
오늘 하루도 당신은 평안한가요?
당신은 언제나 아무 걱정 없이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전, 어떻게 지내냐구요?
저야말로 하나님 곁에서 너무도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죠.
아! 속상해하지는 말아요. 당신이 없는 자리는 늘 서글프니까요.
그리고 당신이 언제나 들려주던 드뷔시의 달빛도 항상 듣고 있어요.
당신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당신!, 홀로 있을 땐 이 곡 듣지 말아요.
아름다운 선율인 달빛이 당신에게 젖어 들면, 외롭고 쓸쓸하게 보이거든요.
그럼, 내 마음도 아플 거 같아요. 내 곁에 오면, 우리 다시 같이 들어요.
그땐 당신 미소를 볼 수 있겠죠? 아이들 얘기는 왜 안하냐구요?
진이,완이.. 너무 잘 하고 있으니까요.
당신! 조금만 힘내요. 조금만 천천히 와요.
아이들이 아플테니까요. 내 걱정은 말아요.
난 언제나 당신 곁에 있어요.
우리 다시 만나는 날, 꼭 껴안고 웃어요.
그 날은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되살려 줄 테니까요.
잘 지내요. 당신. 잘 지내요. 지훈씨.
당신의 문희가.
엄마 이름이었다.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