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에 쌓인 그윽한 방
힘없이 내려 앉는 육체의 영혼
계절을 알 수 없는 똑같은 시간
3년을 지켜 온 아버지의 체취가 서려 있는 방
지금도 향기들을 마시며 책상에 앉아 있는 새벽
새벽은 침묵을 일깨우며 다시 벚꽃들의 내음을
코 끝에 앉게 한다
그리고 다시 같은 음악이 흐른다
두려움이 사라지게 귀에 익어가는 알 수 없는 선율들로
무섭게 내려 치는 고독들은
낡은 책상에 뉘이며 다시 펜을 들게 한다
고독이 묻어나 있는 펜은
그리움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휘젓는다
신이 와서 견디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다리지는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네 입에서 흘러 나오는 벚꽃들의 향연만 기억하라고 한다
김별 | 시인ㆍ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