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7일 '단일화 담판'이 빈손으로 끝난 배경에는 양측의 상반된 처지와 엇갈린 셈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대 정당의 전당대회를 거쳐 공식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한 후보의 셈법이 다르다. 바꿔 말하면 '조속한 단일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에 노출된 김 후보와 시간이 흐를수록 협상 국면이 불리해지는 한 후보의 처지가 다른 셈이다.
두 후보는 각각 '시간은 내편', '여론은 내편'이라는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을 훤히 꿰뚫은 듯 '배수의 진'을 치고 대치하며 서로 압박을 가했다.
한 후보는 담판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까지 단일화 문제에서 매듭이 지어지지 않으면 대권 행보를 중단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단일화 문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단일화를 바라는 보수 지지층 여론을 등에 업고 김 후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김 후보는 11일까지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자신이 자동으로 단일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은연중 부각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 본인이 '11일이 지나면 후보 등록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11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단일화가 되는 것이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했다"며 "(한 후보는) '11일까지 진전이 없으면 등록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가 제시한 시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전략과 함께, 자신의 위치에서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기호 2번'을 달고 뛰는 당의 후보 신분이 유지된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아울러 당의 공식 후보라는 입지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모습이다. 그는 '단일화 관련 모든 사안을 당에 일임했다'는 한 후보 면전에서 "내가 당무 우선권을 가진 이 당의 후보고, (그러니) 당의 입장이 내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제시하는 단일화 로드맵을 따르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이고,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자신을 후보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한다고 의심하면서 로드맵의 주도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당에 진작 들어오시지 그랬냐"고 물었고, 한 후보는 "수습할 일이 너무 많아 일찍 당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김 후보 측은 전했다.
경선이라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뽑힌 당의 공식 후보가 김 후보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와의 조속한 단일화를 여러 차례 확약했다는 측면에서, 한 후보는 이대로 무소속 출마할 경우 조직과 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측면에서 각각 약점을 노출한 상태다.
결국 양측은 이날 '탐색전'에서 각자의 장단점을 확인한 채 돌아섰고, 8일 예정된 두 번째 회동에서 다시 한번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는 그러면서 단일화가 끝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명분 쌓기'에도 나선 듯한 모습이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이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황우여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에게 11일 이전 단일화가 완료될 수 있도록 절차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김 후보 끌어내리기"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가 당헌에 따라 당무 전반의 우선권을 가진 자신을 제쳐놓은 채 한 후보에 편향된 단일화 압박을 지속했다는 주장의 근거를 만들어놓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김 후보는 우리 측 입장에 반응도 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제안도 하지 않았다"며 "만일 김 후보가 제안했으면 우리가 받으면 되는 것 아니었겠나"라고 책임을 상대방에 돌렸다.

이같은 구도 아래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8일 회동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단일화 논의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한덕수 후보께 내일 추가 회동을 제안했다"고 밝혔고, 한 후보 캠프 이정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가 내일 회동을 제안한다면 시간이 되는 대로 김 후보자를 만나 뵙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