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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소설

마들렌에게서 온 편지_제7화 / 김별

A Letter From Madelein


‘친애하는 마들렌’ 


오늘 여기는 구름이 가득 찬 회색 하루입니다. 긴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을 떠났었죠. 쇼팽의 환생이라고 믿는 나였으니까요. 

20대 후반에 늦은 나이에 파리에 음대를 들어간다는 건, 모험과도 같은 일이였죠. 

내 실력을 자부할 수 없는 나이였으니까요. 

어릴때부터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자랐고, 자연스레 피아노가 좋아졌고, 

어느 순간부터 피아노를 치고 있었으니까요. 운좋게 파리국립음대에 들어가고 거기서 아내를 만났죠. 

청초하고 가녀리고 하얗고 수줍은 20대 초반의 여자. 

수줍지만 왠지 도도해보여서 말을 건네기도 어려운 여자. 

옷은 항상 트렌드에 맞게 세련된 정장에 머리도 그 시대에 가장 유행하는 스타일로 

깔끔하게 꾸미고 다니는 궁금한 여자.

 

며칠 지나 서양음악사 수업에서 그녀를 발견했죠. 우린 같은 음대에 다니고 있으니, 

어떤 수업에서 만나리라 생각했죠.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건 수업시간에 알게됐죠.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여자가 한국인이라는 행운을요. 나중에 성악전공이라는것도 알게 됐죠. 

노래하는 여자를 좋아하게 된 건, 아내를 만나고서부터죠. 클래식 음악을 하는 여자를요. 

그녀에게 다가가는 일이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평가회를 가졌던 날, 

저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쳤었죠. 대기석에 그녀가 보였고, 

그녀의 눈빛이 제게 흔들리는 걸 확신할 수 있었죠. 제 연주가 끝나고 무대 뒤에서 대기석으로 향했고 

그녀의 빈 자리 옆에 앉았죠. 그때 그녀가 저를 훔치는 눈빛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한국사람인가요? 라고 물었죠.

 

지금도 그때 그녀의 가녀린 목소리, 눈빛, 음악원 대강당의 냄새, 그녀의 로즈마리 향기. 

모두 생생하군요. 추억은 회상할수록 아름다운것이네요. 

단지 이제 저 혼자서 하는 회상은 쓸쓸해집니다.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추억을 되새겨줬더라면, 

나는 후회가 생기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사랑하고 아꼈던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생활을 이어나가고 세월이 흐르고, 세월에 무뎌지고 지치고 권태가 오고 상처를 주고 말이 없어지고, 

그러는 동안 우린 노인이 되어가고 있었더군요. 

그녀가 병환이 들었을 땐, 이미 너무 늦었었죠.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요. 

젊은날의 사랑속에서만 잠시 살았던 나를요. 

우리의 찬란했던 추억을 같이 회상하며 그리워하고 웃었던 날이 그 이후로 없었으니까요. 

너무 익숙해져가는 것을 정이라고 단정 짓고 그녀가 아플 때 혼자 아프게 놔둔 난, 

그녀가 떠난 뒤에 내가 더 많이 아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들렌,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네요. 처음으로 글로 표현하는 내 마음이 갑자기 힘들어지는 날입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려 노력할겁니다. 마음껏 그녀를 회상하고 기억하고 사랑해서 다시 만나는 날, 

용서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네요. 

당신의 긴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Ji Hoon, Seoul, Korea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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