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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북핵 현실론' 李대통령…'동결 시급' 강조하고 '군축'도 언급

"연간 핵무기 10∼20개 만들 핵물질 생산" 이례적 공개
3단계 해법에서 '축소' 대신 '군축' 언급 배경 주목…'비핵화' 목표는 유지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며 북핵 현실론을 펴면서 우선 핵활동을 중단시키는 '동결'의 시급함을 강조하고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군축'을 언급해 주목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에서 10∼20개 정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계속 생산되고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북한의 핵물질 생산량도 언급했다.

북한이 계속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하도록 방치해서는 곤란하고 우선 핵활동 동결을 위한 협상을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금도 1년에 10∼20개 정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계속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연간 핵물질 생산량은 국방정보본부가 한미 연합 정보자산 등을 토대로 추정하는 군사기밀로,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핵분열 물질인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로, 파괴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키려면 일반적으로 최소 몇㎏이 필요하다.

북한은 영변과 강선 등에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변 핵 단지에서도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생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3곳으로 추정되는 북한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을 계속 가동하면 연간 수십㎏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및 플루토늄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연간 핵물질 생산량을 언급하면서 핵 활동 동결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도 북한의 핵물질 생산량이 늘어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핵안보연구실장은 작년 11월 열린 북한군사포럼에서 2025년 기준 북한의 우라늄탄 추정 수량은 115∼131발, 플루토늄탄 추정 수량은 15∼19발, 총 핵무기 추정 수량은 127∼150발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우라늄탄의 경우 2030년 최대 216발, 2040년 386발, 플루토늄탄은 2030년 27발, 2040년 43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총 핵무기 추정 수량은 2030년 최대 243발, 2040년 429발로 추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초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지시한 이후 북한이 핵물질 생산 능력 증대에 나섬에 따라 15년 뒤에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핵능력 고도화에 열을 올리는 북한을 바로 비핵화 협상으로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동결-축소-비핵화' 3단계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비핵화해야 하는데,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며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는 핵 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해외로 반출되지 않게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더는 개발하지 않게 하는 것도 이익"이라며 "이상을 포기하지 말고 현실적인 중단 협상을 하고 다음으로 핵 군축 그리고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서 가자"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1단계 핵·미사일 활동 동결, 2단계 핵능력 축소, 3단계 비핵화라는 북핵 해법을 재확인한 셈인데. '축소' 대신에 '핵 군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주목된다.

핵 군축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여겨져 그간 한미 정부에선 사실상 금기어에 해당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군축'을 언급한 것은 '비핵화는 없다'는 입장이 완고한 북한을 일단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조야에서도 '북핵 현실론'이 퍼지는 분위기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도 최근 사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비핵화 대신 군축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군축'을 언급하면서도 비핵화가 장기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가 군축이라는 표현을 안 쓴 것은 그 자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그런 개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핵 군축 협상을 한다면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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